저희 사찰 이름을 처음 들으시는 분들이 자주 여쭤보십니다.
"세심사가 무슨 뜻인가요."
이 한 글자 한 글자에 사찰의 정신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은 안동 세심사라는 자리에 깃든 이야기를 풀어드리려 합니다.
긴 역사도 있고, 새로 쌓아가는 시간도 있습니다.
이 글은 사찰을 소개하는 정식 안내문은 아닙니다.
저희가 매일 머무는 공간에 대해 조금 더 친근하게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혹시 답사를 계획하시는 분이라면 미리 읽어두시면 좋을 듯합니다.
사찰의 풍경 너머에 어떤 시간이 흘러왔는지 함께 들여다보겠습니다.
오시기 전에 한번 음미해보시면 더 깊은 시선으로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세심'이라는 이름의 뜻
세심(洗心)은 마음을 씻는다는 뜻입니다.
세상의 먼지와 번뇌를 잠시 내려놓고 자신을 돌아본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사찰 이름이 가진 무게가 작지 않지요.
이름값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희는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으려고 매일 정진합니다.
예부터 절 이름에는 그 자리가 추구하는 정신이 담겼습니다.
세심사라는 이름이 처음 정해질 때도 같은 마음이었을 거라 짐작합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매일 어지러워지지요.
그 어지러움을 잠시라도 가라앉히는 자리가 사찰입니다.
이름이 그 약속을 매일 다시 일깨워 줍니다.
처음 사찰 문을 들어서시는 분들이 종종 말씀하십니다.
"어쩐지 마음이 가라앉네요"라고요.
이름 때문일 수도 있고, 사찰림 안의 공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두 가지가 함께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름은 그 자리의 기운을 정직하게 부르거든요.
아침 일찍 사찰을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출근길에 잠시 들러 향 한 자루 사르고 가시는 분들이지요.
종교가 없으셔도 그저 잠시 마음을 모으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하십니다.
저는 사찰이 그런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마음의 휴식처가 되는 것.
도선사 안동포교당의 역사
저희 사찰은 대한불교조계종 직할교구 도선사의 안동포교당입니다.
서울 우이동 도선사가 본사이고, 그 정신을 안동에서 이어가는 자리입니다.
포교당이라는 말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포교당은 본사의 법맥을 받아 지역에서 불교를 전하는 사찰을 뜻합니다.
도선사의 정통 법맥이 그대로 흐르는 자리지요.
도선사 본사는 한국 불교에서 오랜 전통을 가진 사찰입니다.
저희 안동 포교당은 그 본사와 행정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리의 영속성이 보장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 점이 사찰림 자연장의 안정성에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한 자리의 무게는 결국 그 자리를 지탱하는 뿌리에서 옵니다.
안동은 오랜 정신 문화의 고장입니다.
유교 전통이 깊지만 불교의 흔적도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저희는 그 흐름 안에서 작지만 단정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큰 사찰은 아니지만 정성스럽게 살아왔습니다.
신도분들과 지역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드나드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기도 합니다.
안동 사찰을 찾으시는 분들의 발걸음은 다양합니다.
관광으로 들르시는 분, 기도하러 오시는 분, 그리고 봉안을 알아보러 오시는 분.
저희는 어느 발걸음이든 똑같이 정중히 맞이합니다.
사찰은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는 게 도선사 본사의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그 마음을 안동에서도 그대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0년 새 대웅전 낙성식
2020년 7월, 새 대웅전 낙성식이 있었습니다.
오랜 준비 끝에 이루어진 일이었습니다.
주춧돌 하나 들이는 일에도 많은 분들의 정성이 모였습니다.
신도분들의 보시와 지역 분들의 손길이 함께 어우러진 결과지요.
그날 비가 살짝 내렸는데 오히려 좋은 기운이 든다고 모두들 좋아하셨습니다.
새 대웅전은 전통 한옥 양식을 따랐습니다.
처마선이 길게 늘어지고 단청은 단아하게 마무리되어 있습니다.
내부에는 본존불을 모시고 좌우로 협시불을 두었습니다.
법회나 천도재가 있을 때면 이 공간이 가장 분주해집니다.
새로 지어진 자리지만, 오래된 사찰의 결을 잃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처마 아래 앉아 잠시 풍경을 보고 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바람이 지나갈 때 마루 끝에서 풍경 소리가 잔잔하게 울립니다.
그 소리를 듣고 계시면 마음이 자연스럽게 가라앉지요.
저는 이 공간을 사찰의 거실이라고 부릅니다.
누구든 와서 앉아 쉬다 가실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경북 유형문화유산 목조여래좌상
저희 사찰에는 경상북도 유형문화유산 제547호로 지정된 목조여래좌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조성된 불상으로 학자들 사이에서도 가치가 높이 평가됩니다.
나무로 깎아 만든 좌상이고, 표정이 한없이 부드럽습니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지만 그 무게가 오히려 위엄을 더합니다.
사찰에 오시면 꼭 가까이서 한 번 보시기를 권합니다.
문화유산은 단순한 유물이 아닙니다.
그 시대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부처님을 모셨는지를 보여주는 흔적입니다.
저희는 이 좌상을 모시는 일 자체를 큰 책임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오시는 분들이 이 자리에서 잠시라도 마음을 모으실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와룡면 풍수와 사찰림
사찰이 자리한 곳은 안동시 와룡면 선돌길입니다.
와룡(臥龍)은 누운 용의 형국을 뜻하는 지명입니다.
좌우로 금학산과 와룡산이 둘러싸고, 앞쪽으로는 트인 분지가 펼쳐집니다.
바람이 거칠게 들이치지 않고, 빛이 고루 비치는 자리지요.
풍수를 모르시는 분들도 답사 오시면 한 번씩 멈춰서 주변을 둘러보십니다.
사찰림은 사찰이 보유한 산림입니다.
저희는 이 사찰림 안에 상락향 수목장을 마련해두었습니다.
사찰의 일과 안에서 추모목이 함께 자리를 잡고 있는 셈입니다.
산문을 들어서면 풍경이 이어집니다.
대웅전, 종무소, 사찰림, 추모목까지 한 호흡 안에 들어 있습니다.
상락향(常樂鄕)이라는 이름은 영원한 평안의 자리를 뜻합니다.
세심사라는 사찰 이름과 짝을 이루는 좋은 이름이지요.
마음을 씻고, 영원한 평안에 머문다.
이 두 단어가 사찰과 사찰림 자연장의 결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저는 이름이 그 자리의 정신을 끌어준다고 다시금 느낍니다.
마음을 씻고 가는 자리
저는 사찰을 찾으시는 모든 분들이 잠시라도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시기를 바랍니다.
신도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종교적 이유 없이 그냥 풍경을 보러 오시는 분들도 환영합니다.
세심사라는 이름처럼, 잠시 머무시는 동안만이라도 마음을 씻고 가시면 됩니다.
그게 사찰의 가장 큰 역할이 아닐까 합니다.
혹시 봉안을 알아보시러 오시는 분이라면 더더욱 환영합니다.
사찰의 자리에 가족의 마음을 함께 모셔둔다는 것은 깊은 인연입니다.
저희는 그 인연을 가볍게 여기지 않습니다.
오래 함께 갈 자리로 모시려 합니다.
오시는 길이 멀더라도, 한 번쯤 마음 편히 들러주세요.
